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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저절로 춤추는 병: 뇌성 무도병의 고통과 이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몸, 뇌성 무도병이란?'몸이 저절로 춤을 춘다'는 표현은 때로 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뇌성 무도병(chorea) 환자들에게는 그 표현이 실존적인 고통을 뜻한다. 뇌성 무도병은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불규칙하고 빠른 신체 움직임, 즉 '불수의 운동'이 특징인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주로 **기저핵(basal ganglia)**이라 불리는 뇌의 특정 부위 손상에서 비롯된다. 이 병의 이름인 ‘무도병(chorea)’은 그리스어로 ‘춤추다’라는 뜻을 가진 choreia에서 유래했으며, 마치 뇌의 명령과 무관하게 몸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듯한 특성 때문에 붙여졌다.대표적인 원인 질환은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으로, 이는 유전적 돌연변이로 인해 기저핵이 점.. 2025. 5. 9.
냄새에 압도당하는 삶: 후각 과민증의 실체 ▌후각이 예민한 수준을 넘어 고통이 되는 병사람은 대체로 쾌적한 향기와 불쾌한 냄새를 구별하며 적절히 반응하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후각 과민증(Hyperosmia)**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인 후각 반응 수준을 넘어, 일상적인 향기조차 지나치게 강렬하게 감지하며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단순히 향수나 음식 냄새가 거슬리는 정도가 아니라, 뇌의 후각 신경계가 특정 자극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일어나는 신경학적 상태이다. 이들은 종종 향기로운 꽃 냄새, 갓 구운 빵의 향, 세제나 방향제 등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무해하거나 쾌적하게 느껴지는 냄새조차도 마치 독가스처럼 느껴진다고 표현한다.후각 과민증은 주로 후각신경의 감각 처리 오류에서 비롯된다. 코 내부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감지한 .. 2025. 5. 7.
눈물이 멈추지 않는 병: 과잉 눈물 분비 증후군 ▌끝없이 흐르는 눈물, 감정이 아닌 신체의 비명보통 사람들은 감정이 고조될 때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눈물이 흐른다. 그러나 특정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현상이 지속된다. 이 같은 증상은 **과잉 눈물 분비 증후군(Epiphora)**이라 불리는 드문 안과 질환으로, 감정과 무관하게 **눈물샘(누선, lacrimal gland)**이 과도하게 작동하거나 눈물이 적절히 배출되지 않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눈물은 각막을 보호하고 눈의 윤활을 도우며, 사용된 눈물은 코 옆의 누관을 통해 비강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이 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눈물이 고이거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증상이 반복되며, 만성화될 경우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눈물이 과잉 분비되는 주요.. 2025. 5. 6.
항상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 만성 통증 증후군의 실체 ▌사라지지 않는 고통: 만성 통증의 신경학적 기전일반적으로 통증은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고 시스템의 일부로, 외부의 자극이나 상처에 대해 일시적으로 발생하고 치료가 되면 사라진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경고가 끝나지 않는다.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특별한 외상 없이도 지속적인 고통이 반복된다면 이는 **만성 통증 증후군(Chronic Pain Syndrome)**으로 분류된다. 이 질환은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통증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니라, 그 통증이 신경계 자체의 기능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성 통증은 뇌와 척수에서 **통증 민감도(sensitization)**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으로 설명되며.. 2025. 5. 4.
피가 굳지 않는 고통: 혈우병 환자의 일상 ▌멈추지 않는 출혈, 멈출 수 없는 불안: 혈우병의 본질피부가 찢어지거나 멍이 드는 상황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외상이다. 그러나 혈우병 환자에게는 이러한 작은 상처조차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 될 수 있다. **혈우병(Hemophilia)**은 혈액 속 응고 인자가 부족하거나 기능이 저하되어 출혈이 멈추지 않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대개 제8번 응고 인자(혈우병 A) 또는 **제9번 응고 인자(혈우병 B)**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들 단백질이 부족하면 혈액이 정상적으로 응고되지 못해 상처가 오래도록 피를 흘리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출혈보다 더 위험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절 내 출혈이나 뇌출혈, 위장관 출혈로, 이는 환자의 생명을 단숨에 위협할 수 있다. 혈우병은 X염색체와 관련된.. 2025. 5. 2.
숨 쉴 때마다 피가 흐르는 병: 혈관 파열 유전질환 ▌거부할 수 없는 일상 속 출혈: 유전성 혈관 질환의 시작어느 날 아침, 코를 훌쩍이는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시작된 출혈이 멈추지 않고, 가만히 숨만 쉬어도 코와 입에서 피가 흐르는 일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이런 믿기 어려운 증상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유전성 출혈성 모세혈관확장증(HHT, Hereditary Hemorrhagic Telangiectasia)”**이라는 질병이 도사리고 있다. 이 질환은 전 세계 인구 5,0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 드문 유전 질환으로, 혈관벽을 지지하는 결합조직에 이상이 생겨 혈관이 너무 쉽게 터지거나 누출되는 증상을 동반한다. 특히 코 안, 입 안, 폐, 위장관, 뇌 등 매우 다양한 부위에서 출혈이 나타나며, 환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피를 흘리는 극심한.. 2025.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