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흐르는 눈물, 감정이 아닌 신체의 비명
보통 사람들은 감정이 고조될 때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눈물이 흐른다. 그러나 특정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이유도 없이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현상이 지속된다. 이 같은 증상은 **과잉 눈물 분비 증후군(Epiphora)**이라 불리는 드문 안과 질환으로, 감정과 무관하게 **눈물샘(누선, lacrimal gland)**이 과도하게 작동하거나 눈물이 적절히 배출되지 않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눈물은 각막을 보호하고 눈의 윤활을 도우며, 사용된 눈물은 코 옆의 누관을 통해 비강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이 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눈물이 고이거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증상이 반복되며, 만성화될 경우 일상생활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하게 된다.
눈물이 과잉 분비되는 주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눈물의 생성이 과도한 경우, 둘째는 눈물 배출 경로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눈물샘이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결막염·각막염 같은 만성 염증이 반복되면 반사성 눈물이 과도하게 분비된다. 반대로 눈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 누관 폐쇄, 협착, 누낭염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 배출되지 못한 눈물이 눈 밖으로 흘러내리게 된다. 특히 고령자들에게는 눈 주변 조직이 약화되면서 **눈꺼풀 처짐(안검외반)**으로 인해 눈물이 잘 흘러내리는 현상도 흔히 동반된다. 이처럼 과잉 눈물 분비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시야 방해, 피부염, 사회적 위축까지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적 이상이다.

▌의외로 흔한 질환, 그러나 과소평가되는 고통
과잉 눈물 분비 증후군은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에서 발생하며, 특히 영유아와 노인층에서 자주 관찰된다. 신생아의 경우 선천성 누관 폐쇄가 있어 생후 수개월 동안 한쪽 눈에서만 눈물이 흐르는 증상이 지속되기도 한다. 이 경우 자연적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속될 경우 정밀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고령층에서는 안구 건조증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눈이 건조하다는 느낌과 동시에 눈물이 넘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눈이 건조함을 인식한 뇌가 보상적 눈물 분비를 유도한 결과로, 진정한 원인은 만성적인 눈 표면 손상과 염증일 수 있다.
이 질환은 외형적으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감정과 연결되어 보여 오해를 받기 쉬운 질환이기도 하다. 갑작스럽게 눈물이 흐르면 주변에서는 슬프거나 예민하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직장이나 학교에서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는 심리적 부담이 크다. 게다가 지속적인 눈물 흐름은 피부 자극, 속눈썹 탈락, 시야 흐림, 눈 화장 유지 불가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안경을 쓰는 사람에게는 렌즈에 눈물이 맺혀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며, 콘택트렌즈 사용자에게는 착용이 아예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사람들은 외출이나 사회 활동을 꺼리게 되고, 이는 곧 고립감, 우울감, 자기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대인관계에 예민한 청소년이나 젊은 여성에게는 자존감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질환이다.
▌치료는 가능할까? 접근 방식에 따른 치료 전략
과잉 눈물 분비 증후군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눈물샘 과민 반응이 원인이라면 항히스타민제, 인공눈물, 스테로이드 안약 등으로 염증을 줄이고 과도한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반면 눈물 배출 장애가 주원인인 경우에는 누관 세척, 누낭 마사지, 누관 삽입술, 누낭내시경 수술 등 다양한 안과적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누관이 완전히 막힌 경우에는 **비강과 눈을 직접 연결하는 누낭비강문합술(DCR)**이라는 수술이 시행되며, 비교적 높은 성공률을 보인다. 영유아의 경우는 대부분 비침습적 치료로 해결되며, 성인의 경우는 시술을 병행해야 효과가 높다.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원인 진단이다. 단순히 눈물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인공눈물을 넣거나 항생제를 쓰는 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전문 안과에서 누관 투시 촬영, 색소 점적 검사, 비강 내시경 검사를 통해 구조적인 문제 여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또한 만성 결막염이나 눈꺼풀 기능 이상이 병존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단순 증상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안구 건강을 점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누관 교정 시술도 도입되어, 비교적 부담 없이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방치하지 않고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는 자세다.
▌감정의 표현이 아닌 생리적 고통
눈물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상징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과잉 눈물 분비 증후군을 앓는 이들에게 눈물은 더 이상 감정의 부산물이 아닌, 생리적 고통의 신호가 된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은 외형적으로 ‘감정의 흔적’을 남기지만, 실제로는 기쁨도 슬픔도 아닌 몸의 이상 반응일 뿐이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타인의 시선과 오해에 시달리며, 자신의 증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침묵 속에 고통을 감내하게 된다. 눈물이라는 상징이 가진 이미지와 실제 질병 사이의 괴리는 이 질환의 사회적 낙인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과잉 눈물 분비 증후군은 단순히 ‘눈물이 많다’는 증상이 아니라, 삶의 질을 지속적으로 저해하는 만성 안과 질환이다. 우리는 눈물을 감정 표현의 도구로만 보지 않고, 그것이 질병의 징후일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더 이상 ‘민감한 사람’, ‘예민한 사람’이라는 오해 속에 갇히지 않고, 적절한 치료와 배려 속에서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는 단순한 표현 뒤에 숨겨진 고통의 실체를 이해하는 것, 그것이 이 질병에 대한 첫 번째 공감이자 치료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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