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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인체 현상

항상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 만성 통증 증후군의 실체

by west-find-1 2025. 5. 4.

▌사라지지 않는 고통: 만성 통증의 신경학적 기전

일반적으로 통증은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경고 시스템의 일부로, 외부의 자극이나 상처에 대해 일시적으로 발생하고 치료가 되면 사라진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 경고가 끝나지 않는다.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특별한 외상 없이도 지속적인 고통이 반복된다면 이는 **만성 통증 증후군(Chronic Pain Syndrome)**으로 분류된다. 이 질환은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단순히 통증이 오래 가는 것이 아니라, 그 통증이 신경계 자체의 기능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만성 통증은 뇌와 척수에서 **통증 민감도(sensitization)**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으로 설명되며, 외부 자극이 없더라도 지속적인 통증 신호가 신경을 통해 전달되기도 한다. 즉, 신체의 ‘고통 스위치’가 꺼지지 않고 고장 난 채로 유지되는 셈이다.

만성 통증을 유발하는 주요 질환에는 섬유근육통, 류마티스 관절염, 디스크, 대상포진 후 신경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이 포함되며, 이 외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신체화 통증 장애도 해당된다. 특히 섬유근육통은 피부 아래나 근육, 관절 부위에서 날카롭고 타는 듯한 통증이 수시로 발생하며, 대부분의 검진 결과에서는 이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은 종종 오진을 받거나 ‘정신적 문제’로 치부되곤 한다. 이러한 신경계 통증은 단순 진통제로는 조절되지 않으며, 항경련제, 항우울제, 신경조절 치료 등이 복합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문제는 환자들의 뇌 구조 자체가 통증에 과민하게 반응하도록 바뀌는 경우가 많아, 자극이 거의 없더라도 고통을 심하게 느낀다는 점이다. 마치 몸 전체에 ‘상처 없는 멍’이 퍼져 있는 듯한 삶, 이것이 만성 통증 환자들이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항상 통증을 느끼는 사람들: 만성 통증 증후군의 실체

▌보이지 않는 고통, 이해받지 못하는 질환

만성 통증 증후군의 가장 큰 고통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골절처럼 X-ray로 확인할 수 있는 외상이 아니라, 피부도 멀쩡하고 피도 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공감이나 이해를 받기 어렵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통증은 종종 환자들을 **‘거짓말쟁이’, ‘과민반응자’**로 낙인찍고, 가족이나 직장에서조차 외면당하게 만든다. 실제로 많은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 피로를 느끼며, 우울증, 불면증, 사회적 고립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돌게 된다. 단순한 통증을 넘어서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 통증은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자율신경계 불안정까지 동반하며, 결과적으로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된다. 하루를 버티는 것 자체가 과제가 되는 이들은 잠을 자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걷는 것, 말하는 것, 식사하는 것조차 고문처럼 느끼기도 한다.

특히 여성 환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섬유근육통이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남성 중심의 기존 의료 시스템에서 쉽게 간과되거나 정신적 문제로 오해받기 쉽다. 이로 인해 적절한 진단을 받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그 사이 환자는 병이 아니라는 오해 속에 극심한 무력감과 고통을 겪는다. 어떤 환자들은 자살 충동을 호소하기도 하며, 이는 단순한 신체적 문제를 넘은 심리적 위기로 발전한다. 통증 자체가 환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기나 중장년층 여성에게 이 질환이 발병하면 가족의 돌봄을 받기도 어렵고, 사회적 책임에서 도망칠 수도 없어 더 큰 압박에 놓인다. 이처럼 만성 통증은 단지 통증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잠식하는 통합적 질환이다.


▌완치가 아닌 관리: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질병

현재 만성 통증 증후군은 대부분의 경우 ‘완치’보다는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약물 치료와 더불어 심리상담, 명상, 운동요법, 인지행동치료 등 비약물적 치료법이 병행되며, 통증 클리닉이나 재활의학과 중심의 다학제 진료가 이루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이 역시 충분한 의료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렵다. 통증 환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진통제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믿고 함께 조절해줄 수 있는 의료진과 가족의 이해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만성 통증을 질병으로 공식 인정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재정 지원과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 또한 이러한 인식 개선과 정책 변화가 절실한 시점에 와 있다.

통증은 더 이상 단순한 감각의 문제가 아니다. 통증은 사람의 감정, 인지, 인간관계, 직업, 삶의 의미까지 모두를 관통하는 종합적 현상이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특히 만성 통증은 환자가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할 고통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서 함께 다뤄야 할 의료와 복지의 사각지대라는 점에서, 더 깊은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앞으로는 통증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삶의 의미는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만성 통증을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병”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지 않아도 되는 세상, 그것이 이 질병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