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희귀한 인체 현상

하루에 수십 번 잠드는 병: 수면발작증의 일상

by west-find-1 2025. 5. 16.

 

 

조절할 수 없는 수면의 습격, 수면발작증의 실체

수면발작증, 의학적으로는 '기면증(narcolepsy)'이라 불리는 이 질환은 일반적인 피로감이나 불면증과는 차원이 다른 수면장애다. 이 병을 앓는 사람들은 아무 경고도 없이 갑작스러운 수면 발작을 겪으며, 깨어 있는 도중에도 수면에 빠져드는 경험을 수시로 반복한다. 그 발작은 마치 몸이 전원을 잃은 것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며, 길을 걷다가도, 대화를 하다가도, 식사를 하다가도 순간적으로 잠에 빠진다. 일반적으로 수면은 밤에 일정한 패턴으로 찾아오지만, 수면발작증 환자들은 낮에도 밤에도 주체할 수 없는 졸음을 느끼고, 한 번 잠이 들면 꿈을 꾸는 렘(REM) 수면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 질환의 원인은 주로 뇌에서 각성과 수면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하이포크레틴(또는 오렉신)'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뇌간에 있는 이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하면 수면-각성 주기가 불안정해지고, 환자들은 수면 상태와 깨어 있는 상태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없게 된다. 또한 기면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탈력발작(cataplexy)’은 강한 감정(웃음, 놀람, 분노 등)을 느낄 때 갑작스럽게 근육의 힘이 빠지는 현상으로, 의식은 멀쩡한데 몸이 쓰러지거나 말을 못 하게 되는 매우 고통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낸다. 일반인에게는 상상도 어려운 이 질병은, 그 자체로 신체의 리듬과 자율성을 붕괴시키는 일종의 생물학적 배신이라 할 수 있다.

 

 

하루에 수십 번 잠드는 병: 수면발작증의 일상

 

 

 

일상을 잠에 빼앗긴 삶, 수면발작증 환자들의 고통

수면발작증이 무서운 점은 단순히 '졸린 것'을 넘어서, 환자의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일터에서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운전을 포함한 많은 일상 활동에서 위험에 노출된다. 가장 흔한 오해는 이 병이 단순히 게으름이나 피로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다. 많은 환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잠에 빠지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고, 사회적 낙인을 두려워해 증상을 숨기거나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잠에 빠진다고 해서 꾸지람을 듣는다면, 그것이 단순한 불성실함이 아닌 병적 증상일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치료는 완치보다는 증상의 완화를 목표로 한다. 약물치료를 통해 낮 동안의 각성을 유지하거나 탈력발작을 억제하는 방식이 주로 쓰이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 또한 일정한 수면 습관 유지, 낮잠을 계획적으로 취하는 ‘예방적 수면 전략’, 스트레스 관리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수면발작증은 드물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질환이며, 환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적 이해와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환자들은 하루하루가 마치 알람 없이 시도 때도 없이 꺼지는 몸과 싸우는 전쟁이며, 그 전쟁 속에서 스스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용감한 일이다. ‘하루에 수십 번 잠드는 병’이라는 말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그들이 겪는 분절된 일상과 이어지지 않는 삶의 연속을 설명하는 고통의 언어다.